몇해 전 트래비 인터뷰를 위해 브라운핸즈를 처음 만났을 때 떠오른 단어는 '이것은 침대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어느 침대 CF의 카피였다. 가구 디자인에 대해 물으면 세계관으로 대답하는 사람들. 그래서 인터뷰는 지난했고 내내 맥락을 놓치지 않으려 애써야 했는데, 덕분에 나는 이 젊은 장인들에게 매료됐었다. 그런 그들이 서울 도곡동, 도곡2문화센터 옆에 쇼룸 겸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아니 낡은 건물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했다.수년간 방치되어 있었던 자동차 정비센터의 낡은 외관은 여전한데, 내부는 온전하게 '브라운핸즈스럽다.' 그런데 놀랍게도 건물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육각형 패턴을 일일이 페인트로 칠한 벌집무늬 바닥, 그 위에 뿌리를 내린 듯 서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그 위에 매달린 갓 전등의 노란 불빛, 그 위로 보이는 콘크리트 노출 벽면까지. "가구가 확장되면 건축이 되고, 건축이 축소되면 가구가 된다"는 그들의 생각이 눈으로도 읽힌다. 4월에 오픈한 카페는 2층 건물인데 통창을 통해 빛이 쏟아지는 1층에는 주물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고, 2층에는 올해부터 생산을 시작한 오크나무 가구를 비치하고 야외 테라스도 마련했다. 운영의 원칙도 꼼꼼하다. 음료에는 인공첨가물을 넣지 않으며, 제품을 보여주는 쇼룸보다는 디자인과 미술 분야의 전시와 공연도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물론 가구와 소품들도 구입할 수 있다. 눈썰미가 좋다면 드라마 <상속자들>에서 본 브라운핸즈의 가구를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다. 2년 전 일산의 허름한 창고를 사무실 겸 작업장으로 사용했던 브라운핸즈는 그 사이 직원도 13명으로 늘었고 사무실도 카페에서 멀지 않을 곳으로 옮겼다. 양재천 산책자, 도곡동 주민이 아니어서 카페가 멀게 느껴진다면 아예 제주도는 어떤가? 브라운핸즈의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진 숙박시설 '토리코티지X브라운핸즈'가 7월 중에 제주 애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이 작업을 위해 4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꿈꾸는 이상적인 집을 그리도록 하고, 그 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요소를 찾아서 건축과 인테리어에 적용했단다. 펜션을 지으랬더니 다시 행복을 논하는, 못 말리는 장인들이다.